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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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관리자
제 목   [경향신문]“가정은 세상에서 가장 긴급한 현장”…‘극한직업’ 아동학대상담원의 하루
“그때 왜 그랬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학대라는 말이 정말 화가 나고 받아들이기 힘들더라고요. 단 한 번의 실수인데 왜 죄인으로 낙인찍혀야 하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은 제 말을 다 귀담아 들으시고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겨주시더라고요. 결국 저도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서 행복을 찾았죠.” 지난 5일 오후 강원의 한 아동학대 가정에서 만난 정태식씨(48·가명)는 머리를 긁으며 멋쩍게 웃었다. 정씨는 3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혼자 아이 4명을 키우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받아 매달 받는 약 71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사업이 망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아내까지 잃자 정씨는 삶이 절망스러워졌다. 정씨는 지난 4월 술을 마시고 첫째딸 은희양(17·가명)에게 손찌검을 했다. 둘째딸 은영양(14·가명)이 그 모습을 봤다. 단 한 번의 폭행이었지만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은 논의 결과 신체·정서학대 행위로 판단했다. 기관의 도움을 거부하던 정씨 마음을 돌린 사람은 최진송 상담원(25)이다. 지금 정씨는 아이들을 키우며 공인중개사 시험 공부로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받는 아동을 찾아 치료·예방 사업을 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다. 최 상담원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운영하는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지난 6월부터 일한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최 상담원은 2016년 12월 아동학대상담원이 됐다. 최 상담원은 “아동학대 가정이 세상에서 가장 긴급하고 어려운 현장이라고 생각한다. 그 현장에서 생명을 어루만지고 함께하는 일이 저한테는 가장 큰 행복이다. 가해 부모도 결국 누군가의 자식이기 때문에 도와드리면 반드시 변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상담원들은 돌아가며 365일 24시간 당직근무를 유지한다. 낮이든 밤이든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당직 상담원이 휴대전화로 연락을 받아 현장에 출동한다. 조사·상담·보호·지원을 전부 도맡는데 특히 강원 지역 특성상 이동거리가 멀어 하루가 부족하다. 최 상담원은 강원의 양구, 철원, 춘천, 화천, 홍천의 아동학대 가해자·피해자 50여명을 맡고 있다. 한 달에 가정 방문 80여건, 전화 통화 200여건을 통해 학대 사례를 관리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난 3월 내놓은 2017 전국아동학대현황을 보면 가해자의 절대다수(76.9%)는 부모다. 부모 대부분은 자신이 학대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상담원은 혼자 가정을 방문하기 때문에 위협을 겪을 때가 많다.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욕설을 듣는 일은 부지기수다. 대뜸 전화를 걸어와 ‘아이를 죽이고 자살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흉기를 들고 기관으로 찾아온 사례도 있었다고 최 상담원은 전했다. “부모께서 무서운 가정은 긴장하면서 들어가요. 신발도 즉시 도망갈 수 있게 밖을 향하도록 벗어 놓습니다. 커피나 과일을 내주시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칼이나 컵이 흉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피하려고 해요. 한번은 물을 마시고 상담 내내 컵이 보이지 않게 왼손에 꼭 쥐고 있었어요. 저에게 던질 수 있으니까….” 김보경 상담원(31)과 이현정 심리치료사(45)가 맡은 가정은 경제적 가난과 육아 스트레스로 모친이 알코올 중독을 겪은 곳이다. 원하나씨(38·가명)는 우울증에 걸려 남편인 김지후씨(55·가명)와 자주 다투고 폭음했다. 원씨는 생후 4개월이었던 막내딸 지연양(가명)을 술집에 데려가 방치한 채 술을 마셨고 음주 상태에서 모유를 수유하기도 했다. 상담원 도움으로 원씨는 정신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술도 끊었다. 남편 김씨도 자활근로를 휴직하고 함께 살림과 육아를 돌보기 시작했다. 김씨는 주부습진에 걸렸다. 그는 “하루에도 몇번씩 죽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는데 상담 이후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했다. 원씨는 “술을 완전히 끊었다. 안 도와주셨으면 아직도 술독에 빠져 있거나 병원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서로 담을 쌓고 지내던 부부 사이도 좋아졌다”라고 했다. 이현정 심리치료사는 강원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 있는 유일한 심리치료사다. 상황이 특히 심각한 가정 10여곳의 상담을 맡고 있고 하루에 가정 3~4곳을 방문한다. 그는 “극히 가난한 가정이 대부분이고 기관으로 찾아올 만한 힘도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제가 직접 집으로 찾아가야만 한다”라며 “학대를 방치하면 결국 되물림된다”라고 했다. 또 그는 “약 20년 동안 심리상담을 한 저에게도 학대가정 현장의 상황은 충격적이었다. 상담원 대부분이 나이가 젊고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다. 이들은 너무 일찍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많이 보고 있다. 솔직히 남에게 권하고 싶은 직업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상담원은 “학대 부모 대부분이 상담을 거부하기 때문에 집에 직접 찾아가는데 여성 상담원의 입장에선 밀폐된 공간에서 특히 남성과 단 둘이 있을 땐 두려움을 느낀다”라며 “경찰이나 동료 상담원에게 동행요청을 하는데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혼자 가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김 상담원은 2016년 1월부터 이곳에서 상담을 시작했다. 그가 일하는 3년 동안 동료 상담원 5명이 그만뒀다. 모두 그의 또래인 1~3년차 상담원이었다. “정말 어느 한 명 빼놓지 않고 모두가 의지를 갖고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이었어요. 고통 속에 사회복지 업무 자체를 떠나는 걸 보면서 많이 안쓰러웠어요. 상담받는 가정 입장에서도 상담원이 중간에 바뀌는 것은 나쁜 영향을 줘요.” 정부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비영리민간단체(NGO)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상담원 715명이 지방자치단체 226곳을 담당해 전국의 아이들을 돌본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에 62곳이 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아동학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오는 2019년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을 100곳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11곳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아동학대 신고는 3만4185건이다. 2012년 1만943건에서 5년 사이 3배가 늘었다. 기관에 배정된 올해 예산은 254억3200만원으로 지난해 예산 266억2900만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정부 예산 428조원의 0.006% 수준이다. 아동학대 예방 주무부처는 보건복지부지만 이 예산의 75.9%(193억200만원)는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나온다. 복권기금에서 나온 예산이 19.8%(50억2400만원)이고, 정작 복지부 일반회계에서 나온 예산은 4.3%(11억600만원)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가 책정한 올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의 기본급여(연봉)는 2703만원이다. 복지수당 등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급여가 관장부터 말단 사원까지 모두 똑같다. 1년을 일하든 30년을 일하든 급여에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호봉 승급이 없기 때문이다. 2016년 2612만원이었던 임금은 지난해 3.5% 올라 2703만원이 됐지만 올해는 동결됐다. 상담원들은 지난 7월16일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를 신속하게 구하는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 확충, 예산의 일반회계 전환, 경력에 따른 종사자 인건비 현실화, 종합지원체계 구축, 권한과 기능 강화 등을 요구했지만 6만5060명 추천으로 청와대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기지 못하고 청원이 종료됐다. 이들은 지난 7월16일부터 8월24일까지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최 상담원은 “상담원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려는 사람인데 상담원이 행복하지 않고 아이들이 행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했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상담원들은 학대 가해자들의 욕설과 폭행을 감당하며 24시간 일하고 있다. 상담 경험이 쌓이면 그만큼 대우받아야 하는데 국가는 이처럼 힘든 업무를 2703만원을 주면서 떠맡기고 있다. 국가가 열악한 근무환경을 방치하면 상담원이 아이들을 사랑해도 결국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9061504011&code=940100
작성시간 : 2018.09.06 / 16: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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