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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관리자
제 목   [문화일보]놀이로 인성수업, 지역 돌며 문화체험… 아빠 같은 ‘소통 대장’
▲  허식(오른쪽) 도창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과 어울려 떡메치기 체험행사를 하고 있다. 허 교사는 학생들의 놀 권리와 여가 보장, 인성 함양을 위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데 신경을 쓴다. 허식 교사 제공
허식 철원 도창초등학교 교사 

봄에는 산나물, 겨울엔 스키  
함께 메뚜기 잡고 물놀이도  
추억 만들며 사회성 키워줘  

학부모 초대해 삼겹살파티  
마을 찾아가 무료 영화상영도  

“아이들 스스로 질문 던지게해  
어려움 이기도록 도와줄 것”
 

“저는 교사보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게 좋아요. 아이들의 기억에 수업을 가르치는 단순한 교사보다 진정한 선생님으로 기억되는 게 소망이랄까요?” 강원 철원군 김화읍 도창2길 도창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허식(44) 교사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남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허 교사는 지역에서 놀이로 인성을 키우고 현장에 밀착한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지역주민과도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교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를 찾는 아이,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15년째 열정과 관심을 기울이는 그를 보면서 우리 교육의 작은 희망을 느꼈던 모양이다.

강원에서 나고 자라 2004년 처음 교단에 선 허 교사는 도창초교가 네 번째 부임지다. 도창초교에서는 2016년부터 교무부장을 겸임하면서도 아이들과 친아빠처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있다. 그가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보면 학생들이 허 교사를 어떤 존재로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다. 같이 어울려 식사하는데 개구쟁이 아이가 마치 집에서 아빠를 대하듯 목을 감고 재롱을 떨고 있다. 허 교사에게 이 장면을 말했더니 “허허” 하고 다소 겸연쩍게 웃더니 “학생과 선생님 사이가 아니라 아빠와 아들, 아빠와 딸처럼 지낸다”고 했다. 아이들이 허 교사에게 “안아 달라” “업어달라”고 하는 장면도 흔히 목격된다. 

“전교생이 10명뿐이잖아요. 교장 선생님을 포함해 선생님이 저까지 4명이고 교직원은 3명입니다. 담임, 비담임 구분 없이 자신의 아이처럼 여기고 친하게 지내서 그렇지, 반드시 저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겸양해 했지만, 그의 교육관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교실 한 귀퉁이에 붙여 놓는다는 ‘함께하는 즐거움’이란 메시지가 학생들을 대하는 자세를 엿보게 한다. 급훈도 ‘놀이로 배우는 인성’이다. 자신의 어린 시절, 친구들과 개구리나 메뚜기를 잡으러 들을 뛰어다니고 계곡에서 함께 물장난을 치며 놀았던 소중한 추억들이 평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됐다는 깨달음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굳이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담긴 아동의 놀 권리의 중요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찍부터 이의 중요성을 체득하고 교사가 된 후 몸으로 실천하는 사례인 셈이다. 

허 교사는 “요즘 아이들이 혼자 크다 보니 이기적인 경우가 많고 부모들이 농사일로 바빠 대부분 방과 후에 무료하게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즐겁게 놀이를 통해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여가를 보내다 보면 인성이 한 단계씩 성장하고 사회성도 키울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또 “그렇게 클 수 있게 돕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춰 계절별로 학생들과 함께 봄에는 산나물을 따고 여름에는 수영, 가을에는 등산, 겨울이면 스키 타기 활동을 한다. 피아노, 미술, 컴퓨터, 오카리나는 물론이고 골프, 승마, 목공, 래프팅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이를 위해 지역의 놀이·체육·예술·여가가 가능한 인프라를 여기저기에서 발굴한다. 같이 제주여행도 다녀왔다. 도창초교에는 여름이나 볕 좋은 가을에 교정에 설치된 해먹 위에서 책을 읽거나 쉬는 학생이 곧잘 눈에 띈다. 즐거운 학교를 만들자는 그의 세심함이 발현된 흔적이다.

“전교생이 많은 도시의 큰 학교들보다 오히려 아기자기하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학교 주변의 목재체험관을 찾아 직접 목공도 해보곤 합니다. 철원이 지역 특성상 강사 모집 등 인적자원의 교류 측면에서 다소 부족할 순 있지만, 역사가 깊고 문화 체험장소도 많은 데다, 철원군과 교육청에서 교육복지 측면에서 많은 신경을 써주고 있어 즐거운 교육을 펴고 있습니다.” 

공부 역시 낱말 찾기 게임, 내기게임처럼 놀이를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즐겁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학습연구년제의 일환으로 지역 인프라를 활용한 ‘지역인재 키우기’ 연구보고서를 작성했던 경험도 십분 살리고 있다. 아이들이 철원의 ‘홍보대사’로 변신해 역사, 유명명소, 축제, 문화재를 발표할 기회도 제공한다. 아이들이 지역에 대한 애착심, 자긍심을 키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학부모, 지역과의 소통노력도 빼놓지 않고 있다. 학부모를 초대해 고기를 같이 굽는가 하면, 장아찌 및 김치 담그기, 퀼트 프로그램 운영, 마을로 직접 찾아가는 무료영화 상영 프로그램까지 진행한다. 행사할 때마다 아이, 학부모들과 오롯이 추억이 쌓이고 교육 효과도 그만큼 배가되는 것을 느낀단다. 

이러니 허 교사의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는 “학생들의 개별적인 특성과 개성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보고 인정해 주려 노력한다”며 “아마 그러다 보니 학생들도 주저하지 않고 찾아와 자신을 편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교직 생활 중 보람이 있었던 일 하나를 꼽아 달라고 했다. 그는 “아마 대부분 선생님이 그렇겠지만 어려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신경을 썼더니 변화된 모습을 보일 때가 아닐까 싶다”며 “저도 힘든 성장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어려운 학생을 보면 더 마음이 간다”고 했다.  
 

처음 부임했던 학교의 한 아이가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잦은 결석과 가출을 하곤 했는데 직접 찾아 혼도 내고 달래면서 적응하도록 힘을 썼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전화가 와서 안부를 물었더니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수화기를 놓는 손이 가뿐했다. 2016년에도 아동학대를 겪은 학생이 안전한 양육시설로 입소할 때까지 보름간에 걸쳐 따뜻하게 돌봐주며 보호자 역할을 했다. 이때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도 인연을 맺었다. 

“아이들이 진로를 궁금해하면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질문을 던져 스스로 깨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이런 시간이 쌓이면 힘든 성장배경을 극복할 수 있는 탄탄한 내면의 힘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고향인 강원에서 그렇게 아이들과 어울리며 천직으로 알고 있는 교단에 평생 서고 싶습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작성시간 : 2019.03.05 / 16: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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